원더월 커피는 카페이지만 카페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제조업, 더 자세하게는 원두커피제조가공을 하는 곳이다.
즉 커피를 한 잔씩 판매하는 것 보다는 커피를 제조하고 가공해서 "커피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생산일지를 쭈욱 읽어온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개인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판매를하고
전국의 카페에 원더월의 싱글, 블렌딩을 정기적으로 납품을 하고 있다.
납품을 처음 시작한 17시즌에는 대부분 서울,경기 외 지역에서 많이 사용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서울로 변경이 된 상황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하면
나는 커피를 배운게 "카페"를 먼저 배웠다.
물론 처음으로 일한 곳이 로스터리 카페로 납품을 하는 곳은 맞지만 현재 내가 하는 것처럼 전문적이고 대량으로 하기보단
아는 사람들 카페에 납품을 하는 정도 였기에 원두납품의 세계에 대해서 정확하게 배우지는 못했다.
두번째 근무를 하게된 곳도 로스터리카페였지만 납품보다는 "카페" 업에 굉장히 많은 비중을 가졌다보니
커피를 잘 알고 잘 볶고 맛있게 만들더라도 실제 제조업, 원두납품, 온라인판매 등에대한 지식은 전혀 없는 상태로 시작한것이다.
그러다보니 문제점이 정말 많았다.
어? 제조단가? 마진율? 순이익? 등 돈에 대한걸 전혀 모르는상태에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를 해야했는데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를 해버린것이다.
처음 원더월을 시작하면서 단순하게 든 생각은 맛있고 좋은 커피를 싸게 팔면 많이 팔리지 않을까?
일단은 사람들이 가격이 싸야 한번쯤은 마셔보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다.
뭐 틀린것은 아니었지만 1년, 2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문제가 갑자기 발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가 오르는건 당연한 사실이다.
예를들면 200g 의 원두 1봉지를 만드는데는 여러가지 비용이 발생한다..
생두(원두의 원재료) , 로스팅을 할때 드는 부가비용 (전기, 가스비 등) , 포장지 , 스티커 , 택배상자 , 부가세, 인건비, 더 자세히 들어가면 커피기계의 감가상각, 인테리어비용, 월세, 등등 굉장히 많다.
그러다보니 다른 부가 비용을 낮추기 어렵다보니 가장 낮추기 쉬운 생두 (= 원재료) 의 비용을 낮추기를 많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김정년은 정말 멍청하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단순했다.
마진, 내가 만든 제품을 하나 팔았을때 순수하게 내게 남는 돈을 계산할때 위에 적힌 수많은 비용은 다 제외하고
생두값 + 포장지 + 부가세만 넣어서 계산을 한것이다.
그런데 더 슬픈건 그렇게 돈나갈거는 다 빼서 비용을 잡았는데 그 상태에서 또 "많이들 마시라고 싸게 팔아야징!! 히힛" ㅇㅈㄹ을 하니..어휴..
뭐 잘 몰랐으니 어쩔수있는가? 라고 말하기엔 너무 멍청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뿌듯했다. 좋은걸 싸게 팔고, 소비자들도 거래처도 모두 좋아했다. 물론 나도 좋았다.
사람 심리라는게 처음 납품을 위해서 블렌딩 트랙1,2,3,4번을 제작할때만 해도 거래처도 없었고 개인 소비자층도 약했던터라
매일 출근해서 기계를 못돌리는 일이 많아서 뭐든 일을 하고 싶었다.
가만히 앉아서 주문 기다리는것도 슬프고 여기저기 영업을 하고 홍보하러 뛰어다녀도 반응이 없던터라
한봉지 팔아서 1,000원을 벌건 500원을 벌건 기계를 쉬게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무조건 일을 하고 싶었다.
1,000원 10개 팔면 10,000원이지 않는가? 라는 생각에 일만 많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일이 없어지면 불안해지는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시작된 마진율 극악의 블렌딩들은 계속 납품이 되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납품량이 늘고, 일하는 시간이 계속 증가하는데
순이익은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오게 되었고
돈이 쌓이지 않고 계속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을보며
어느 더운 여름날
일이 끝나고 맥주 한캔을 마시며 한가지 생각이 스멀스멀올라왔다.
"주옥됐다"
이거 괜찮은건가?
일을 도와주던 직원의 인생을 위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하는 시기가 다가오는데다가
오픈한지 3년이 넘었는데 2-3일에 한번은 밤을 새야될만큼 일이 많은데 순이익은 낮고
거래처들은 더 낮은 가격에 할인을 원하지만 더 싸게 주면 실제 마진이 마이너스가 되서 선뜻 ok 를 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
위기였다. 일은 많이 하는데 돈은 못버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기존 제품은 모두 삭제해야하는가?
제품 가격을 올려야하는가?
나는 모두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나를 갈아넣었다.
나는 개인 소비자들에게 한가지 약속을 한 것 이있다.
첫째는 정말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원두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
둘째는 사업체들과 소비자들에게 파는 원두 판매 가격의 정가는 동일한 것.
이 두가지는 내가 처음 오픈을 하면서 약속을 했기에 무슨일이 있어도 기존 납품 블렌딩 제품들의 가격을 올리거나 삭제하진 않았다.
그래서 기존 제품들은 손해가 크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지를 하기로 했고 아예 새로운 납품 전용 블렌딩을 제작을 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원더월의 "고소한쌀밥" "상큼한초밥" 블렌딩이다.
(쌀밥, 초밥에 대한 제작 배경이나 담고있는 가치들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길어지니 후에 생산일지에서 한번 더다루도록 하겠다.)
내가 이때 쌀밥과 초밥을 제작한 이후로는 브라질은 냄새만 맡아도 맛을 예측할정도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브라질을 다 맛봤다고 말할수있을정도로 수많은 브라질을 마셔봤다.
단순하게 종류가 다양하게 마신게 아니라
단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기에,
어? 혹시 더 맛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하나의 브라질 커피라해도 6~10가지 정도로 로스팅을 다양하게하면서 테스트를 했다.
지옥이었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커피 많이 마신적도, 커피를 내린적도, 로스팅 작업을 한적도 없었다.
진짜 많이 마시고 테스트를 했다.
그렇게 완성된 고소한쌀밥, 상큼한초밥으로 본격적으로 새로운 원두납품이 시작되었다.
쌀밥, 초밥 블렌딩은 기획에 많은 것이 담겨있다.
가장 크게 담긴건 나의 커피기술가적인 고집, 신념을 낮추고 사업가적인 생각이 처음으로 들어간 제품이란 것
마진을 높여 운영의 이점과 할인폭을 크게 해줌과 동시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가격대비 맛
무엇보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커피에 맞는 호불호없는 대중성을 가진 맛.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아준것일까?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해주는 걸까?
쌀밥과 초밥은 원더월에게 첫번째 전성기를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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