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방황하며 보냈기에 마음에 조바심이 난 걸까.

2019년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꽤 많은 것을, 무리를 해가며.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시작은 좋았다.

2018년이 끝나갈때쯤 품질보증서를 시작했다.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다른 카페에 납품을 하면서 항상 마음속에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당일 생산했던 커피를 모두 맛보고 이상없는 것들로 제품 생산과 포장을 했다.

매일 수 많은 커피를 맛봐야한다는 약간의 고통은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맛을 본다는 사실 하나로 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굉장히 커지고

이는 눈에 보일정도의 클레임 감소로 이어졌다.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공감이 되지 않는 커피설명들은 모두 삭제하고 다시 만들어 나갔다.

겸손한 마음과 낮은 자세를 가지고 항상 커피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시선으로 맛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커피가 안정화가 되니 이젠 사람, 소비자에게 다가가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내가 직접 적는 평가들보다는 실제 커피를 구매한 사람들이 적는 구매평을 직접 보는게 더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해

매월 3-400여개의 구매평을 하나씩 정리해서 소비자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월커 홀릭(지금의 뭐같은 홈카페의 시초) 이란걸 운영하며 소비자에게 계속 다가가려 노력하니

총 구매비율에서 80%정도가 재구매를 하는 좋은 기록을 얻기도 했다. 쉽게 말해 단골이 생기게 되었다.

굉장히 고마운일이었고 비록 온라인이고, 얼굴은 모르더라도

주문창에 떠있는 익숙한 이름들을 볼때면 괜스레 친근감이 들기도했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열심히 다가가려했고 많은 걸 준비하고 마음을 많이 썼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오래가지 못했고 이는 점차 내게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작업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보니 다른 일이 마비되는 악영향까지 있었다.

점차 작아지는 반응과 몸이 힘들어지니 처음의 뜨거운 열정은 점차 식어갔다.

이후 얼마 지속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업무를 종료하게 되었다.

아쉬웠지만 욕심이었다.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개인 소비자에게 다가가는것에 난항을 겪었지만 굴하지 않고

원두납품파트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건 바로 "상생회" 였다.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시작은 언제나 거창했다.

원더월이 속해있는 동대문구에서 각 동별로 거래처를 모아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이용해 더 많은 소통과 실질적인 도움, 그룹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이익까지.

많은 것을 추구한 좋은 기획이었지만 실제로 100%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기존 거래처였던 전농동을 시작으로 약 2달여만에 청량리동을 제외한 거래처가 모두 생겼지만

이후 몇달이지나도 청량리동에서 거래처가 생기지 않아 목표를 완벽히 달성하지 못하니 다음 스텝을 갈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프로젝트에 굉장히 어울리지 않았다.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나는 꽤 내성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에 쌓여 있으면 에너지를 뺏기고 혼자 있을때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대화를 많이 할 수록 힘들고 한 공간에 여러명이 모여있으면 매우 불편해한다.

본질적으로 활달하고, 밝고, 친화적이며 사회성이 높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오랜기간을 서비스업에 몸담다보니 사람을 대하거나, 대화를 이어나가는 기술이 늘어나 잘 포장이 되었을뿐

기본적으로 조용히 혼자 있는걸 좋아하고 1:1 만남을 좋아하며 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걸 좋아한다.

이렇게 나에 대해 간단히 알게된다면

개인소비자들과 꾸준한 소통이 중요한 여러가지 일들과 상생회라는 프로젝트가 나와 굉장히 맞지 않는걸 알듯하다.

나만의 커피세상에서 품질에만 신경쓰는 "기술자" 의 마인드가 강했던 대표이기에

사람과 이야기 하는것, 소통과 교류가 중요한 모든 일들은 근본이 흔들렸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야하는 것에 스스로도 지쳐가는걸 느끼게 되었다.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그래도 꾸역꾸역 상생회를 운영하긴 했지만 점점 힘에 부쳤고

표면적으로는 그럴싸했지만 다음 스텝이 제대로 준비가 안됐던 허술한 프로젝트였기에 하나 둘 거래처들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돈을 벌고 이윤을 추구해야하는 회사에서 거래처를 늘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마인드 자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상생회는 하락세였지만 오히려 다른 지역의 거래처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직원에게 "상생회는 접자" 라고 한 날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원더월 생산일지 16화

 

 

그렇다면 지금은 많이 변하셨어요? 라는 질문에

뭐 굳이 변해야합니까? 라고 되묻고싶다.

나는 지금도 본질이 바뀌진 않았다.

내성적이고 조용한게 좋다.

하지만 다른 모습들도 많이 가지고 있고

스스로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자신의 성격을, 습관을, 단점을, 장점을, 모두 인정하고 담담하게 받아드렸으면 좋겠다.

너무 빡빡하게 자신을 채찍질하고 변하고 고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고 항상 자랑스럽다고 말해줘라.

그렇다면 더 달라지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qgYh7iBF55g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