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음에 드는 자리를 발견하고 계약과 동시에 공사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컴퓨터 가게를 하던 곳이었는데 관리를 하지 않고 사용해서 상태가 좋진 않았다.

처음 들어가는 날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렇다 몸으로 때우는 수 밖에.

원더월을 하기 전에 일했던 카페도 20평 정도 규모를 직접 공사했던게 떠올랐다.

가장 추웠던 계절에 공사를 했던터라 다시는 직접 공사를 하지 않겠다 마음 먹었지만

현실이 내 마음대로 되진 않더라.

개판오분전이었던 이전의 매장모습과 공사재료들

 

 

 

후다닥 철거를 하고나니 상태가 생각보다 더 안 좋았다.

여기저기 곰팡이에 전기, 상하수도 뭐 하나 제대로 된게 없었다.

곰팡이 제거제를 사서 매일 뿌리고 닦아내도 날씨가 추워서 잘 마르질 않으니 시간을 많이 소요했다.

시멘트의 거친 느낌을 주려고 벽지를 일부러 다 뜯어냈지만 이게 진짜 미친짓이었다.

겨울철에 벽에 찰싹 붙어있는 벽지는 절때로 뜯지 말아야한다.

이때 벽지 뜯으면서 어깨 다 나갔다.

 

벽지 뜯다 열받은 나, 개판인 매장.

 

 

딱히 인테리어에 대한 컨셉을 생각해보지도, 그럴만한 돈도 없던터라

공사재료 파는 곳에 가서 가장 싼 페인트와 시멘트 스타코를 사서 미친 듯이 발랐다.

고기집일이 끝나고 매장에 돌아오면 보통 11시 정도였고 2-3시간 정도

천장에 페인트 칠을 하고 벽에는 시멘트 스타코를 덕지 덕지 발라갔다.

 

페인트도, 스타코도 직접 내손으로...하아 어떻게 한거지 저걸..

 

 

 

공사 직접 하면 재밌지 않나요?

와 예쁘게 꾸밀수있어서 더 좋을것같아요! 라는건 거짓말이다.

매일 공사를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어서 마음을 불안불안하지

몸은 매일 추운곳에서 벌벌떨면서 일하니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가고

한계까지 정신과 몸을 힘들게 하는거라 거의 한달정도 공사를 했는데

마지막 주에는 로봇같이 있었다. 전혀 웃음이 안나더라.

 

하루 공사가 끝나고 새벽에 초췌한 모습의 나

 

 

그래도 조금씩 깨끗해지고 정돈되가는 나의 공간을 보는 재미와

매일 늦은 시간까지 함께 공사를 도와준 형님들의 따뜻함에

그나마 버텨낼수 있었다.

 

결코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닥공사는 직접하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인 바닥 공사를 하고 겨울철이라 워낙 마르질 않다보니 일주일 정도는 매장에 가질 않았다.

일주일 동안 행복한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며 오랜만에 매장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무 행복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그날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음이 찡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걸 보니 정말 행복했었다.

 

따뜻하게 난로를 틀고 상자들을 주섬주섬 펼쳐서 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며 앞으로의 원더월을 생각했다.

 

깨끗해진 원더월

 

 

 

 

이때는 바닥이 번쩍번쩍했다.

 

 

 

지금도 누군가는 자신의 카페를, 로스팅룸을 위해 직접 공사를 하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한번쯤은 직접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로, 좋은 색감과 약간의 특이한 아이디어 정도만 있다면

생각보다 괜찮은 나만의 공간이 완성될 것이다.

 

정말 힘들고 많이 아플 것이다.

그래도 그냥 눈감고 즐겼으면 한다.

나중에 힘들었던 그때는 추억이되고, 가벼운 술안주 거리가 될테니

현실을 너무 비관하지 말았으면한다.

 

말은 즐기라해도 실제로 즐길 수 없겠지만 억지로라도 즐겼으면 한다.

시간은 흐르고 다 보상 받을것이니까.

 

하지만 겨울에는 하지말길..뼈삭더라..

 

도전은 언제나 아름답다. 당신의 용기에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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