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고독을 즐기는 쓴 커피보다는 친구와 알딸딸하게 취하는 달콤한 술이 더 좋았다.
그러기에 술집에서 일하는 밤은 너무나 달콤했지만 낮과 밤이 바뀌고 매일 술에 취해 있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고 정신적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약간의 메슥거림이 생겼다.
그래도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뭔가를 꿈꾸는 일도 없었다.
어릴 적부터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기보단 현재를 충실히 보내는걸 더 좋아했던지라
계획이란 걸 해보지 않았기에 인생의 그다음 역시 즉흥적이었다.
뭐를 해야 하나 생각만 할 뿐 평소와 똑같이 술에 얼큰히 취한 퇴근길.
문득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길이 닿는 곳 2층에 작은 커피집이 있었다.
여기도 카페가 있네 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집에 들어와 이불에 파묻히자 취기가 서서히 오르며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자 내 머리도 돌았는지 아까 그 카페에서 일해볼까 하며 눈이 감겼다.
다음날 출근길
막무가내로 들어간 작고 아늑한 커피집에는
곰같이 푸근한 덩치의 털보 사장님이 친절히 나를 응대해주셨고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를 내어주셨다.
그렇게 스물넷의 나는 쓰디쓴 커피와 처음 만났고
서른다섯의 나는 달콤한 커피와 아직 함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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