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월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고생한 때가 언제인가 생각해본다면

주저없이 이 때를 고를 수 있다.

생산일지 28화

약 6년전 건강한 상태의 기센W1 로스터기, 사실 이건 친한 형님네 로스터기고 내껀 더 나중에 들어오지만 그게 중요한건 아니다.

로스터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길거리 돌아다니다보면 종종 보이는 뻥튀기 아저씨를 기억하는가?

뭔가를 뱅글뱅글 돌리면서 뻥이요 하면 뿅 하고 나오는,

로스터기도 비슷한 원리다.

생산일지 28화

 

 

 

저 로스터기 안에 동그란 통이 들어있고 그걸 모터를 통해 뱅글뱅글 돌려주면서 열을 가해준다.

5년여를 너무 무리를 해서 사용해서인가?

어느날 부터 로스터기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끼익..ㄲㅣ이잉ㄱ..끼이..ㄱ..

생산일지 28화

 

저 위에 검정색 부분이 로스터기 드럼(통)을 돌리고 아래 연결된 은색이 드럼모터다.

그렇다 저 모터가 수명을 다해버린것이다.

처음에는 모터가 아닌것으로 판단하고 드럼축을 조정하거나 기름때를 벗겨내거나 구리스를 칠하거나 등

2-3주를 고쳐내려고 수많은 노력과 고생을 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로스팅적으로 커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드럼모터의 회전부위가 낡아서 특유의 소리가 났는데

굉장히 날카로운 쇠소리가 계속 나게된다.

생산일지 28화
 

지금이야 W6 로스터기가 사용이 안정되어서 W1을 많이쓰진 않지만

이때는 W6 프로파일을 잡는 시기라보니 W1을 거의 메인으로 쓰던때라 하루에 10-14시간정도를 함께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저 날카로운 소리를 하루 종일 듣고 있다보니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집에가서도 귀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고 사람이 엄청 신경질적으로 변하기도했다.

생산일지 28화

 

그렇게 기센코리아와 함께 문제점을 계속 찾아가던중 최종적으로 드럼모터의 노후화로 인한 신품교체 라는 결론이 내려졌 고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 신품 주문 후 3주정도 수령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전달받았다.

하아.. 이 고통을 3주나 더..

생산일지 28화 ​

 

그렇게 새 모터를 받고 기존 제품은 분해된채 버려졌다.

이때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하나로 꼽히는 건 한달 반정도를 엄청난 소음과 함께 일을하다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기도 했고 이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모터가 퍼져서 사용을 못하게 되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매일 있다보니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

정신이 힘드니 육체도 자연스레 피로가 쌓이고

모터를 교체하고 시험로스팅을 한 후에 정상적으로 작동이 잘 된다는걸 깨닫고는 바닥에 박스를깔고 누워서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고생했지만 신품으로 교체하고 새로운 프로파일은 후에 커피가 더 맛있어 진 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많은 일들이 개인적으로 있었다.

 

생산일지 28화

나는 꽤나 애연가였다.

하루에 한갑은 기본으로 담배를 피는 헤비스모커였는데 이 시즌에 몸이 굉장히 안좋아져서 금연을 시작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6월 6일 오늘 벌써 1년하고도 152일이나 금연을 했다.

아직 금연을 성공했다고 하기엔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참는것이라는 명언이 있듯 조심하고 있지만 확실히 담배는 많이 땡기지 않는걸보아 잘 참아낼듯하다.

한가지 추가하자면 커피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담배는 피지 않는 것이 좋다.

꼰대같은 마인드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담배는 커피와 상극이다.

특히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이 아닌 로스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금연을 하는게 좋다.

그 이유는 하나는 로스팅 환경 자체가 워낙 기관지에 안 좋은 환경이기에 담배까지 하게된다면 건강 상태를 급격하게 망치게 된다.

이는 내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정말 안 좋은 조합이다.

다른 이유는 담배가 혀에는 영향을 많이 주지 않는데 코에 영향을 많이 준다.

처음 금연을 하고 한 두달은 별 차이가 없는데? 괜히 했나? 싶다가도

석달, 넉달이 지나 대략적으로 일년정도가 되면 확실히 이전에 나지 않던, 맡지 못하던 향을 미세하게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혀의 기능도 좋아지고 더 예민한 감촉을 느낄 수 있기에

커피를 하고 있다면 금연을 꼭 하자. 그리고 담배를 시작하고 싶다면 그 생각은 접고 절때 하지 말길.

생산일지 28화

그리고 어릴적부터 꿈이었던 기타의 끈을 놓지않고 좋은 일렉기타를 하나 마련했다.

작은 가게 보증금 정도를 쏟아부어 중고로 구매했는데 아직 그 참맛을 알지 못하는 실력이라 아쉽다.

더 노력한다면 언젠가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겠지

생산일지 28화
 
 
지금도 끈은 놓지 않고 있기에 더 연습해서 7주년때는 근사한 연주 영상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생산일지 28화

 

그리고 새로운 밥 시리즈, 야식을 시작했다.

밤에 더 맛있는 야식을 커피에 대입해서 디카페인 커피 라인을 추가로 시작했는데

원래는 개인 판매보단 납품을 생각해서 구상한 시스템이었다.

생산일지 28화
 여러가지 디자인을 해보고 마음에 드는걸 선택해서 진행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개인 소비자들이 내 생각으로는 200g 을 더 선호할듯했는데 쭉 판매를 진행해보나 500g 대용량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 시작할때 차라리 500g 을 만들걸 이란 생각은 했다.

생산일지 28화
야식은 지금도 열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6월부턴 슬쩍 납품쪽도 진행을 하고 있다.

확실한건 2021년 당시 디카페인을 준비하던 때에 비해 2022년 지금이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늘었다는 점,

카페에서 소비자들이 디카페인 커피를 요구한다는 것.

그렇기에 더욱 고민을 해봐야 할듯하다.

생산일지 28화

 

 

이제 생산일지가 거의 현재로 다가오고 있다.

21년은 사실 뭔가 많이 쓸게 없긴하다.

 

초반에는 유튜브에 정신이 팔려서 미친듯이 공부하고 영상을 찍어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굉장하던때라 공격적으로 뭔가를 할 수 없는 시기라 딱히 뭔가를 할게 없었다.

게다가 곧 작성하게될 생산일지에서 이야기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다른걸 못했었다.

그렇게 힘들었던 21년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렇게 글을 쓰고있는걸보니

힘든건 결국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https://youtu.be/151Rx3ClVsQ

19년 3월 14일

3주년이다.

3주년은 이전의 행사들과 달리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서 그동안 구매해준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려 많은 노력을 했다.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함께, 홀로, 정은지 이렇게 3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누군가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공유해주거나 "홀로" 커피를 마시며 커피에 대한 생각을 글로적거나 "정은지" 님의 앨범이 있는 사람이거나.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이렇게 3가지 이벤트에서 하나만 참여해도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를 선물로 증정해드렸다.

게이샤 스페셜까지는 돈이 없어서 못했고 프라이빗 셀렉션으로 준비했는데 150만원 정도를 생두값으로 사용해서 모두 나눠드렸던 기억이 난다.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참여하는 방법도 하나하나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준비도 굉장히 꼼꼼하게 했다.

과정이 꽤 힘들긴 했어도 처음으로 무언가를 드린다는 마음에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성공적으로 3주년 행사를 마치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했기에 체력과 정신적으로 굉장히 많은 소모가 있었기에 충전이 필요했다.

그렇다 3년만에 처음으로 나에게 휴식을 준 것이다.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그냥 순수 여행지로는 일본을 가장 좋아한다. 물론 가본 해외여행이 일본뿐이긴하다.

20대 초에 한번 일본여행을 갔었는데 너무 좋았어서 휴식지는 일본 후쿠오카로 정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고 짐만 그냥 챙겨서 바로 출국을 했다.

그게 가능했던건 후쿠오카에 친한 동생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친한 동생이 가이드를 계속해줘서 정말 편하게 다녔다.

말이 통하는 해외여행은 정말 재밌었고 블로그에 유명한 맛집들 말고도 로컬로 유명한 맛집들도 많이 다녔다.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특히 이때는 빵에 빠져있어서 유명한 빵집들을 돌아다니고 맛있는 카페들을 찾아 다녔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동생이랑 같이 집근처 카페부터 지하철, 버스를 타고 멀리있는 카페들까지 돌아다녔다.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수년간 내가 만든 커피만 마시다가 3-4일정도를 남이 타준 커피만 마시니 세상 행복했다.

커피업을 하면 보통 다른 사람 카페 많이 다니지 않으세요? 라는 물음을 많이 받는다.

혹은 어디 지역 괜찮은 카페 좀 추천해주세요 라는 질문 역시.

나는 다른 카페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안가는 편이다.

딱히 배울게 없다거나, 다 거기서거기 라는 생각보다는

커피를 좋아하고 마시는게 너무나 행복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시간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시선과 생각이 일적으로만 돌기때문이다.

뭐 예를들자면 여기 커피는 어떻게 로스팅했네, 어떤 생두회사를 쓰겠네, 커피맛은 어떻네, 인테리어는, 마케팅은 등등.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그런 일적인 생각이 전혀없이 정말 휴식을 위해 돌아다니는 카페들은 너무나 행복했고 내 몸을 완벽히 커피로 채워줬다.

처음에 일본행 비행기를 혼자 타러갈때까지는 많은 고민을 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4-5일정도를 문을 닫고 가야하는 것이 너무나 큰 거부감이 들기도했고

여행가는게 맞는가? 그 시간에 더 일을해야되지 않나? 싶은 불안감도 있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준비 없이 떠나는 이런 여행이 썩 편하진 않았지만

막상 비행기에서 내려 펼쳐진 풍경은 아! 왜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충분했다.

내 인생 카레맛집 겸 롤모델이된 가게  

 

 

 

시끌시끌한 관광지에 있어도

사람들이 가득한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늦은 밤 들어간 담배연기 그윽한 꼬치집에서도

모두 자유를 느끼며 내안에 열정을 다시 채우게 되었다.

원더월 생산일지 17화


그렇게 원더월을 시작하고 첫 일탈이라 불리는 휴식은 끝이났다.

수없이 많이 핀 벚꽃과

기름진 꼬치구이, 따뜻한 정종

늦은 저녁 동생집 베란다에서 마시던 머리가 쨍해지는 시원한 맥주

커피에 열정을 쏟는 많은 사람들

오랜만에 마주보게 된 사람들의 미소.

모든 시간이 따뜻했고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이렇게 행복하게 보냈던 휴식이 폭풍전야였다는 것을..

https://youtu.be/PsIMSIh_snM

 

원더월의 5주년이 지난 어느날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노트북을 펴고 5년전으로 돌아가봤다.

 

그때 살던 옥탑방에 써있던 중2병스러운 문구

29살.

젊음을 희생하며 헌신한 곳에서 참담한 미래를 보고

번뜩 꿈에서 깨어보니 처참한 상태의 현재가 있었다.

 

열정! 을 외쳤지만 페이! 는 없었고 당연히 모은 돈도 없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어딘가 소속되기도 겁이 났다.

그래서 원더월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겁쟁이가 되어 나만의 세계로 도망친 것이다.

 

가진 것도 준비한 것도 없었지만, 그냥 시작했고

그때는 젊음과 내 커피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기에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창업에 필요한 돈은 한 참모 자랐고

친구에게 빌려 겨우 보증금을 내고 페인트를 사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샀다.

아는 형님네 가게에 들어갈 로스터기를 임시로 빌려서 장사를 시작했다.

월세 낼 돈이, 그라인더가, 천장을 칠할 페인트 값이 없어서

온종일 고깃집에서 일을 하고 새벽에 돌아와 부족함을 채워갔다.

 

원더월 초창기 시절, 로스터기는 "다아는커피"의 기센 W1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내 이름의 가게를 연 것에 기뻐하는 척, 성공한 척했지만 현실은 시궁창보다 못했기에

이를 벗어나려 독기를 품고 1분 1초를 아껴가며 일을 했고 정말 악으로 버텨냈다.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추억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만큼.

셀프 공사를 하며 찰칵

나는 이제 커피를 시작한 지 11년이 되었고

원더월을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다.

겨우 이 정도로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진 않지만, 옛날의 나는 너무 힘들었기에

커피를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내가 느꼈던 것을 말해주고 싶다.

 

나만의 커피를 하고 싶다면 그냥 시작 하는 게 훨씬 더 행복하다.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채워가면 되고 그 과정이 힘들어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하지만 돈 없이는 하지 말자.

 

이건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되물을 수 있지만 의외로

자신의 커피 기술에 자만해서, 자신의 커피 신념이 확고해서, 자신의 커피 애정이 넘쳐나서,

등의 이유로 가장 중요한 현실을 보지 않고 시작하게 된다.

그때의 나처럼.

돈이 없다면

커피를 내리는, 볶는, 마시는 모든 순간의 행복이 단순히 돈을 위한 일이 되어 버리고

나의 삶이었던 커피가 일이 된 순간부터 내가 있는 공간마저 스트레스가 되어버린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가,

나의 20대였던 커피가

어느 순간 돈 때문에 싫어지고 미워지기에

 

커피를 시작하는 누군가의 용기를 나는 항상 응원하고 도와주겠지만

나처럼 생각 없이 시작하기보단 꼭 여유 있게 돈을 모으고 시작했으면 한다.

 

열정이 밥 먹여 주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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